글쓰기를 시작하려고 한다. 지금 첫 글을 적고 있으니, 시작했다. 사실 글을 꾸준히 쓰고자 하는 시도는 지난 10년에 걸쳐 종종 있었다. (주로 일기였다) 그 때마다 열 번의 글을 채 적지 못하고 번번이 실패했다. 며칠 전에는 이런 나의 고민에 대해 지인과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었다. 그 때 내린 결론은 ‘가볍게 쓸 수 있는 도구를 만들자’였다. 그치만 지금 나는 전혀 다른 길을 택했다. 글을 적는데 투자를 하자. 운동을 하려는 사람들이, 의지를 돈으로 사기 위해 PT를 끊는다는 소리가 있다. 나도 글을 적는데 내 의지를 돈으로 사야겠다고 생각했다. 아무데나 적지 않겠다고 생각했다. 그래서 도메인을 샀다. 7.31 USD. 오늘 환율로 10,810원이다. 적은 돈이라 투자의 결정이 쉬웠지만, 아이러니하게도 적은 돈이라 이 글을 시작하는데도 큰 에너지나 동력을 주진 못하더라.
그래도 적어야겠다고 생각했다. 뭘 적어야할 지는 모르겠다. 근데 그래도 적어야한다.
나는 스스로 ‘글 쓰는걸 싫어해’라고 말하고 다니면서도,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써낸 글들을 읽는 것을 좋아했다. 긴 글이 아니어도, 거창한 주제가 없어도, 그냥 술술 읽히고 더 읽고 싶은 그런 글. 그런 글을 읽으면, 그 글을 쓴 사람도 멋있고 좋아 보인다. 그래서 나는 연인의 편지도 기대한다. 이 사람은 어떤 글을 쓰는 사람일까. 읽었을 때 한 번 더 읽고 싶은 편지를 받으면, 그 사람이 더 좋아지기도 했다. 이렇게 남이 쓰는 글을 읽고 싶어하는 나이면서 왜 나는 스스로 나에게 내 글을 읽혀주지 않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. 뭐라도 써보자. 그리고 더 나아져보자.
언젠가는 내 두뇌가 가장 명석한 시절은 10대였고, 이미 나는 퇴화하고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. 그런데 사람들의 글을 읽다 보니, 나이가 들 수록 글에 맛이 생기는 사람이 있다. 더 좋은 문장을 쓰고, 더 좋은 사고를 하는 것이 느껴진다. 그래. 100세 시대라는데 이제 갓 30대 초반의 나는 인생의 30%밖에 살지 않았다. 10%에 정점을 찍고 하락세를 그리는 그래프는 너무 슬프지 않겠나? 어쩌면 지금부터 10년 정도가 내가 가장 깨닫는 게 많고, 생각하는 게 많은 시기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. 그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.
요즘은 기록이 쌓이면 다시 보는 것도 더 에너지가 적게 든다. 필요한 상황이 생겼을 때 AI에게 관련된 글을 찾아달라고 할 수도 있고, 어쩌면 나라는 사람에 대해 분석해 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.
그래서 시작하려고 한다. 잘 할 수 있겠지?